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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by 지나파크 2024. 6. 22.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오랜만에 문학 작품을 읽었다. 다양하고 세세한 표현, 머릿속에서 상상하게 되는 장면 에 대한 묘사, 눈에 그려지는 사람들의 표정, 귓가를 울리는 대사. 재미있고 흥미진진 했다.
그러다 중간쯤 읽었을 때 작가 소개를 보았다. 작가 소개 말미에는 이 작가가 이 책 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아이들 착취 하는 수녀 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스포 당한 기분이었다. 그전까지는 펄롱 씨의 탄생에 대 한 비화인가, 막장 드라마같은 스토리가 있는 건가하는 상상을 하다가 이제 내 머릿 속에서 비리 수녀원 이야기구나, 근데 왜 수녀원 이야기는 별로 없을까, 결말은 어떻 게 될까, 수녀원은 벌을 받게 될까, 어떠한 참상이 일어났을까 뭐 이런 예상을 하면 서 보게 되니 좀 재미가 떨어졌다. 미지의 세계일 때가 더욱 재밌었던 것 같다. 소설 의 스토리를 스포하는 해설같은 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맨 마지막 부분의 옮긴 이에 해설도 보았다. 용기 있는 한 인간의 고뇌와 그것을 우 리가 공감 하는 것 응원 하는 것 이런 것들을 아마 이 책을 통해서 느끼게 될 것이라 고 했다. 역시나 소설책에 대한 감흥이 반감되었다. 아 나는 이런 것들을 느껴야만 하는구나라는 소감의 가이드 같았다. 소설은 해설이든 세부정보이든 없이 일독하는 것이 중요하단 걸 새삼 느꼈다.
책 이야기만 다시 해 보자면 담백한 표현들, 흥미로운 스토리와 인물들, 그리고 아일 랜드 사람이지만 뭔가 한국같은 가장의 책임감과 도덕의식 같은 것들이 비슷해 보인 점이 재밌었다. 핍박받는 아이들의 해피엔딩을 바라며 이 책을 읽었으나 결과가 그러 하지는 못했다. 사실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거 같다.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1900년대 초에 일어난 이 수녀원과 같은 현실은 2024년의 현재에도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는 그런 타락한 현장들과 같았고, 또 이런 부조리와 얽힌 이익, 그래서 쉬쉬하 는 사람들의 모습도 현재와 다르지 않아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펄롱은 내 기준에 판타지같은 인물이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도 불구하고 반듯하고 성실하게 자랐다. 딸이 무려 다섯이나 되고 건사할 정도가 되었다. 아내와 대화를 매 끄럽게 이어가지 못하는 점에 미안함을 느낄 정도로 다정하다. 딸들에게는 곤란한 일 이 있으면 바로 말하라고 하는 세심한 인물이다. 마지막에는 수녀원에 갇힌 아이를 구조하는 영웅이 되기까지 한다. 이런 자상한 사람이었기에 수녀원의 아이들도 차마 지나치지 못했을 것 같다. 다정함. 각박한 우리 사회에서 잊고 지내는, 경시된 사람의 덕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지난 주 감상평 초고를 쓴 뒤 한 번 더 읽었다. 천천히 단어 하나의 암시를 의미하며 읽으라는 옮긴 이의 권고가 있었으나, 이미 아는 내용인데 뭐...란 생각 때문인지 그 냥 술술 읽어댔다. 표현의 암시는 잘 와닿지 않았다. 작가가 심어놓은 암시를 알아채 는 사람만이 또 작가를 하고, 평론을 하고, 작가상을 주는 심사를 하는 거고, 나와 같 은 일반 독자는 세심하게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할 것 같다. 좋은 책은 암시를 하고, 나쁜 책은 서술을 한다는 말이 있었다. 난 그간 서술을 읽어내는 독서를 했지 암시, 저자의 숨겨진 의도 등을 읽어내는 독서는 안해왔 던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소설책 이나 문학책을 좀 더 가까이 두어야 겠다. 짧지만 임팩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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