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by 다자이 오사무.
1909년생으로 작가는 인간 실격이 발표된 1948년도에 연인과 함께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작가의 작품은 1945년 패망한 일본의 청년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책은 총 3개의 수기와 앞 뒤의 서문과 후기, 그리고 직소라는 별개의 단편 소설,
마지막엔 역자 김춘미의 해설로 마무리된다.
서문은 아래의 한 줄로 시작한다.
"나는 그 사나이의 사진 석 장을 본 적이 있다."
제 3자가 이 책의 화자인 요조가 담겼을법한 3장의 사진을 묘사하면서,
이 책의 1,2,3 장에서 이야기할 내용을 미리 알려주고 있다.
요조는 괴상한 표정의 소년에서, 대단한 미남으로, 그리고 기괴한 얼굴을 한 사람으로 나이들어갔다.
첫 번째 수기.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요조의 특성이 잘 나타나는 장이다.
시골이지만 넉넉한 (아버지가 정치를 하는) 가정에서 나고 자랐고, 식욕은 별로 없었고,
사람이라는 존재에 불안과 공포로 가득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요조는 가족에게 꾸중을 듣지 않기위해 순종하고 익살을 떨었다.
우울함과 긴장감, 인간에 대한 공포를 가슴에 품고 이런 감정을 숨기고 또 숨기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렇게 요조는 가정과 학교에서 자신을 숨기고 고독한 사람이 되어갔다.
익살이라는 행위는 요조가 인간사회에서 적응하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택할 수 밖에 없는 처절한 몸부림과도 같았다.
두 번째 수기
요조는 집과 떨어진 곳으로 중학교를 다녔다. 그의 익살은 여전했고 더해졌다.
다케이치가 요조의 익살을 알아차렸다. "부러 그랬지?"
요조는 이 순간 패닉을 경험하며 다케이치를 끊임없이 설득하기 위해 애를 쓴다.
요조는 여성을 남석보다 몇 배나 더 난해한 존재로 여기면서 기피했고 버거워했다.
고등학교를 도쿄로 올라간 요조는 화방을 다니며 호리키라는 친구와 어울리게 되는데 이 때 술과, 담배, 여자, 좌익사상을 배우게 된다.
여전히 요조는 비합법, 음지의 사람이라는 것으로 본인을 표현했고, 범인의식의 희열을 느끼며 외려 이에 가까워질수록 편안함을 느낀다. 창녀의 품안에서 안심한다.
이러한 시절도 잠시, 학업에 뒷전이고 유부녀와 자살을 시도하며 집에 들통이 나며 평화는 깨졌다.
요조는 자살방조죄로 구형되었으나 기소유예를 받아 풀려난다.
세 번째 수기
요조는 조잡한 잡지의 하찮은 무명 만화가가 되었다.
고등학교를 미처 졸업하지 못한 요조는 집안에서 보내주는 생활비를 타며 근근히 생활한다.
시즈코라는 여기자의 집에 살며 그녀의 딸을 돌보며 정부와 같은 생활을 한다.
떠난다. 교바시 스탠드바 마담을 만난다. 떠난다. 담배가게의 열일고여덟의 요시코를 만난다.
요시코가 상인에게 강간당하는 옆에서도 공포를 느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새치가 나고, 모든 일에 자신감을 잃고, 일체의 기대, 기쁨 공명등에서 멀어진다.
알콜 중독에, 약물중독, 자살시도를 수차례 하다가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인간 실격.
이제 저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요조의 세번에 나눈 일생을 읽어가며,
처음에는 인간이 이토록 세상을 불신, 원망, 타락할 수 있을까에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고,
몇 번 돌아가며 읽다보니 나약함에 대한 연민이 조금은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정서적인 공감을 하긴 어려웠다.
특히 이 책의 어떤 점이 패망 일본에 어떠한 의미가 있었기에 젊은 세대가 열광했는지를 찾아보며 읽었다.
우울한 시대상을 더욱 우울하고 처참한 정신과 삶을 살아간 사람의 인생을 읽어가며 나는 그나마 낫지하는 자조, 위로를 받은 걸까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즘 우리 한국사회에서는 '더이상 아둥바둥 거리지 않아도 괜찮아, 있는 그대로의 너의 모습도 괜찮아'의 위로를 건네는 책들이 몇년째 인기가 많다.
그보다 수 해 전만 해도 자기계발서, 처세술이 베스트셀러에 가득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사람을 위로하는 방식이 우울감에 공감하고 허무를 극대화하며 오히려 이에 안도감을 느끼는 일본의 정서와
힘든 시기에 작위적인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도 문제 없단 희망적인 메세지를 주는 한국의 정서가 다른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우울감이라는 것은 부정적이야.
사람을 판단할 때나, 생각의 방향은 긍정적이어야지 맞아. 라고 생각하는 나의 세계관에서는
받아들이기 너무나 어려운 작품이었고,
그럼에도,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어떤 것이 인간의 존재이고 본질이라는 것인가를
인간으로서 실격했다는 주인공 요조, 작가의 삶을 통해 다시한번 느끼게 된 책이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불안하다.
인간은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하다.
어둠이 있음을 부정하지말아야겠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단 생각이 들며 서평을 마친다.
처음, 독서모임을 준비하며 두번, 그리고 서평을 정리하며 세 번 읽은 결과,
이렇게 삶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고찰하고 탐구할 수 있는 질문거리를 던진다는 점에서
명작, 고전의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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