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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과 활동가

주민자치활동 일기

by 지나파크 2024. 6. 16.

 

올해부터 시청에 갈 일이 많아졌다. 임기 2년의 시민행복위원회 3기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행복위원회는 민관협치 기구이고, 복지, 경제, 청소년, 육아등 분과로 나눠져서 정책 수립을 위한 의견수렴 및 정책의 결정과 시행을 하거나 민관협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등의 역할이 주어진다고 한다. 나는 육아 분과이고 위원은 2기부터 연임하시는 3분과 새로운 사람들 6명으로 총 9명이다. 매달 한번씩 모여 분과회의를 하기로 했고 시청측에서는 자치분권과 팀장포함 3인도 참석한다.

 

3월, 분과 첫 회의는 위원회 활동을 위한 조례를 개정(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향후 소위 운영 계획에 대해 논의해보자고 했다. 첫 회의니 위원회 활동 계획에 대해 시청에서 발표도 준비했다. 대략 25년도 사업 제안을 위해 6월까지 (안)이 나오고 8월까지 제출되면 심사를 한다는 거였다. 연임 위원들이 입을 모아 우리는 작년에 통과한 사업이 있으니 올해 그것만 같이 추진하면 된다. 회의 시간은 1시간을 넘기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느낌이 살짝 쌔했다.

 

두번째 회의부터 삐걱거렸다. 무얼 놓고 회의할지 전날까지 정해진게 없었다. 시청에서 준 안건도 없다. 난 위원장에 연락해서 안건이 준비되지 않았으니 회의를 늦추는 게 어떤지 제기했다. 연임 위원들은 정해진 날짜고 얼굴도 봐야 친해지니 그냥 하자고 주장했다. 아무런 준비없이 그냥 얼굴보자는? 황당한 상황에 답답했지만 이왕 할거면 내가 준비하지뭐 하고 25년 사업 제안서를 ppt로 준비해갔다. 제안은 3개. 평소 이런 제안이 있으면 좋겠다 싶던걸 정리해갔다. 나는 발표를 했고, 다른 사람들은 의견을 냈다. 추가 제안이 있는 사람은 한명뿐이었다. 우리 제안서는 4개가 되었다. 

일단 제안서가 나오니 회의 안건 걱정이 사라졌다. 시청에서 제안서 검토를 담당부서에서 해준다고 했고, 그걸 토대로 다음엔 보완해보자고 했다. 회의 하루 전 답이 왔다. <수용불가, 수용불가, 수용불가, 수용불가> 

 

5월 회의에서는 이 수용불가 의견을 놓고 논의했다. 작성한 불가 의견을 보니 튕겨내고자 하는 마음이 보였다. 육아 정책 정보가 너무 여러 채널로 나눠져 있고 제때 확인이 어렵다는 활성화 제안에는 업데이트도 잘 되지않는 시청 홈페이지 육아지원 페이지를 보면 된단다. 육아 교육이 평일 낮에만 있어서 직장인이나 아빠들은 참여가 어렵다는 제안에도 이미 충분한 교육을 하고있다는 답변이었다. 의견만 핑퐁하지말고 다음 달에 대면으로 담당자를 만나기로 했다. 자치분권과에서 자주 언급하는 게 있다. '공무원들은 기존 업무들로도 바쁘니...와 그래서 참고자료같은건 우리가 준비해서 줘야한다'는 것이다. 민관협치 활동이라더니...나는 다시 보조금 사업자나 민원인의 신분이 된 것 같다. 회의가 끝나고 연임위원분들께 잠깐 보자며 불려갔다. "간사님.. 우리 제안서가 너무 많아 공무원들도 곤란할거야. 우린 작년에 하기로 결정된것만 올해 하면되" 라며 회유작업이 시작되었다. "위원님. 저는 아무것도 안하려고 이 활동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렇게 (열심히) 할거면 시청직원을 하지 그랬어" ㅎㅎㅎㅎㅎㅎ 참 귀여운 분들이다.

 

최근 6월 회의에서는 가족과의 담당자가 왔고, 이런 결론이 내려졌다. 유보통합 정책의 확정으로 보육 사업은 내년부터 모두 교육청으로 이관됩니다... 우리 분과활동에 빨간불이다. 웃음이 나온다. 나는 그럼에도 이번 해에 제안된 보육사업이 통과되면 내년 이관시에 교육청으로 해당 사업도 같이 인계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시청에서는 그럴 수도 있지만 교육청에서 할 거란 보장을 하긴 어렵다고 한다. 연임 위원들은 경륜인지 알 순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 추진은 어렵겠네요 하고 여유있는 태도를 보였다. 자치과에서는 대신 인구정책 공모 사업에 우리 분과가 참여하라고 했다. 뭐라도 역할을 주려고하는 과의 노력이 느껴졌다.

 

그 간에 활동을 통해 주민참여 제도에 대해 느낀 점을 정리하면 세가지 정도이다. 민관협치와 주민 참여 방식을 시정을 운영하는 방법으로 삼기에는 허점이 너무 많다. 적극적인 의지 없이 자리만 지키고 회의비만 가져가는 사람들, 당사자성, 대표성 없이 이런 활동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걸려져야 한다. 이런 자치활동을 운영하는데 소모되는 행정력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참여 활동에 대한 관의 입장도 여전히 귀찮은 일이구나를 확인했다. 이건 공무원을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업을 제안해보라고 하는 부서 따로, 그걸 검토하고 실행하는 부서가 따로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만들어지는 데 당연히 드는 반감이 들 수 밖에 없다. 시민들을 참여시킬때 어떤 임무를 부여할지, 어떤 방식으로 참여를 시킬지를 더 고민해서 시정의 자연스러운 업무흐름에 맞춰 들어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을 통해 적극적인 시민, 감시하는 시민이 길러지는 것은 분명하다. 가장 중요한건 사실 이 점이다. 열심히 하든 안하든 시민들이 시정을 보고 듣는 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위촉식에서 진행된 강의에서 강사가 위원회 "결과 보다 과정이 더 중요한" 활동이라고 말했다. 계속 민과 관이 시정활동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고 일을 같이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배우는 것도 중요하단 이야기였다. 내 입장에선 시청과 주민참여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생생히 본 것만으로도 수확이 있었고, 내 본업에서 이런 위원회, 의견 청취 업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느낀바가 있었고, 다양한 위치, 캐릭터의 사람들과 일하는 지를 다시 한번 배웠다. (사실 배우는 중이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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