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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괴짜사회학

by 지나파크 2017. 2. 7.



● 책제목 : 괴짜 사회학

● 지은이 : 수디르 벤카테시

● 출판사 : 김영사

● 읽은날 : 2017.2월 - 2월

● 평 점 : bbbb

● 인상 깊은 구절 : ‘문제가 생기면 넌 경찰을 부를거야, 하지만 우리는 킹스를 불러’

● 감상문

마치 시카고의 로즈 테일러 주택 단지를 수년 간 배회한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책의 기록은 생생하고 현장감 있었다. 사회학 서적이라고 하기엔 인물의 일대기스럽기도, 소설 같기도, 수필 같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종종 저자가 떠올리는 질문들은 사회의 빈곤 문제를 다루는 연구자로서 매우 현실적인 의문과 고민이었다. 함께 생각해 볼 문제를 저자는 계속 던지고 있었다.

‘문제가 생기면 넌 경찰을 부를거야, 하지만 우리는 킹스를 불러’ 챕터 주택 단지 주민들은 누군가 싸우는 일이 생길 EO, 도둑질, 폭행, 각종 사회문제들이 있을 때 오지 않는 경찰을 부르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갱단인 블랙킹스가 그들에겐 협상의 중재자이고, 질서를 바로 잡는 (공)권력이고, 때론 골치 아픈 일을 해결하는 심부름꾼도 된다. 동시에 그들을 수탈하는 약탈자이기도 하다. 제도권 내에 당연한 권리인 폭력으로 부터의 보호, 사유재산, 응급 구조 등은 최빈곤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보장받지 못하다. 우리의 상식이 결코 통하지 않은 지역이 염연히 존재하고 있다. 누구의 문제일까? 이런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무법천지에 처한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질서와 규칙을 만들었다. 그것이 갱단의 지배하에 협조하며 공생하는 것. 사람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이러한 비상식의 공간에서는 생활 모습, 가치관 모두가 우리의 상상을 벗어나기 마련이다. 마약 판매를 함으로써 돈을 버는 게 그냥 어슬렁거리며 젊음을 소비하는 10대에게 나은 선택일까? 책에 나온 많은 갱단의 중간 보스들은 마약 거래, 갱단 수입으로 돈을 모으면서 학교를 간다던가 가게를 차리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살아볼 꿈을 꾸기도 한다. 동시에 10대 소년들을 갱단으로 유입하며 세력을 키우고, 그들에게 마약을 팔게 한다.

제이티는 본인이 사회에 유익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마약 판매, 구역 내 상점, 매춘으로부터 보호세라는 명목의 약탈, 다른 갱단의 업무 방해를 막기 위한 폭력. 대강의 이런 일들을 맡고 있다. 그런데... 난 이책을 덮는 순간까지도 이들의 행위가 ‘나쁘다’고 규정할 수 있을까? 란 의문이 생기고, 답도 정할 수 없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판매할 수 있는 ‘것’들을 팔고 있었고, 생계를 이끌었고, 사회의 보호 대신의 그들 스스로 ‘자경’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진 않을까? 인간에게 허용될 수 있는 ‘생존’을 위해 해도 되는 행위와 해서는 안 되는 행위의 경계는 어떤 것이고 누가 규정할 수 있을까? 인간의 존엄성의 가장 우선은 생존권이지 않을까?

주택 단지의 주민 자치회와 이를 운영하는 베일리 아주머니도 흥미로웠다. 교환 경제 매커니즘, 공동체 생활, 삶이 조금 비참하고 윤택하지 않을 뿐 나름의 질서와 공정한 시스템이 존재하는 그저 나쁘지 않은 공동체생활, 그리고 살기 위해 협력하는 인간의 기본적 사회적활동이 필요한 공간. 우리의, 특히 개발 국가들의 경우는 인간대인간의 협력이 없어도 사회가 체계적으로 개인을 보호하기 때문에 굳이 연대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라고 보인다. 그리고 조금은 Inhumane 하다고 느껴진다.

수디르는 ‘지미네’ 바에서 모자를 갈아쓰는 행위를 하며 마을의 관찰자에서 대학원생으로 아이덴티티를 바꾸는 의식적 행위를 했다. 이는 자신의 삶과 경험, 보고 듣는 내용들을 학자로서 객관화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한다. 연구자는 연구 대상과 연대, 공감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을 학습하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교류한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현재 나에게, 우리 마을주민들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많은 생각이 들게 하였다. 외부자로서 마을로 들어가서 마을의 개발을 위해 함께 의기투합해야 한다고 외치는 외국인. 나에 대한 신뢰는 당장 없고 그저 생소하지만, 그래도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과 환대로 처음 만남 사이. 사업을 같이 진행하며 어울리고 고생도 하고.. 가끔은 서로 소통이 안되서 서로를 답답해 하기도 하고, 다소 냉랭한 분위기도 연출되기도 하는 데.. 그들에게 외부자의 존재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나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 걸까? 당장은 내가 저자와 같이 그들의 삶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기록’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조명되지 않는 그들의 빈곤한 삶에 정책자와 해외 원조의 도움이 미칠 수 있도록 speak up하는 역할을 하고, 그래서 정책으로 반영되고 도움의 손길이 지속된다면, best. 그들의 자조정신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그건 dream. 저자와 같이 연구로서 가치가 있는 기록을 남기는 건 개인적인 보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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