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기를 남겨야하는 날이다.
복직 한달 전, 전초전같은 날이기도 하고 나의 닥칠 불행을 미리 맛보여주는 날이기도 했다.
저녁 6시 시청에서 진행한 한달에 한번 열리는 협치위원회 정기 회의.
오늘은 새로 부임한 팀장, 담당자도 만나고
상반기에 추진하기로 했던 시민 간담회에 대한 시청측 확인을 받아야하는 날이라 중요한 회의였다.
게다가 협치, 공론장 운영같은 활동 전문가도 한 분 초빙해서 객관적인 피드백도 듣는 자리였다.
한시간 반의 회의를 요약하면, "꼭 그걸 간담회로 해야하나요? 예산도 없습니다" 의 입장을 고수하는 방패에
톡쏘는 사람도, 살살웃으며 설명하는 사람도 섞인 시민들의 창과의 싸움이었다.
이 간담회의 발단은 24년도에 제안한 4건의 사업이 모두 불채택되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인구공모전도 채택 0에서 2건을 소생시키게 되면서 수없이 들은
"담당부서는 본업이 많으니까 추가적인 업무를 아무래도 받기 어려워 한다"... 는 답변과
이런 상황은 비단 우리 위원회만 겪는 게 아닌게 8개의 모든 위원회에서 올린 제안 건 중에 재작년 사업채택건수 1건이고,
작년은 몇 개인지도 파악이 안된다는 답답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시민들 80여명을 위원회로 뽑아 연간 매달 불러모아 협치사업을 제안해보라고 해놓고
그걸 공무원이 2-3줄의 검토의견으로 까버리는 일을 또 반복하기 싫어서 찾은 대책이었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사업 제안도 아닌, 사업 제안을 위한 시민 간담회를 좀 해보겠다는 데 이것도 어렵다고 하니
무얼 하고자하는 의지가 정말 바사삭 무너지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회의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저 불만의 목소리로 투덜대는 것일뿐.
이 견고하고 두꺼운 방패에 다음에는 더 쎈 창을 들고가야할지,
힘쎈 장군을 초빙할지 아니면 웃으며 꿏다발을 건네볼지 참 고민스러운 회의였다.
오늘 일기에 회의 참석자 우리 유찬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매달 있는 회의에 같이 가서 잘 웃고 놀고 먹는 아가였는데
오늘은 울구불구 난리가 나서 나는 사실 회의 내내 복도에 문밖에 서있어야했다.
육아 위원회이기 때문에 아이 동행까지는 이해받았지만 빽빽대고 우는 아이를 회의장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만큼은 내가 좀 독해져서 "도대체 이 민관 협치라고 해놓고 시청은 왜 협치안하냐고"고 불을 뿜어내고 싶었는데 ....
말은 삼킨채 우는 애기를 문 밖에서 달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똥을 맞는 건 내 남편이다. 예정된 저녁 모임을 가서 기분 좋게 찍은 사진과 발버둥치는 아이를 번갈아 보니 울컥했다. "오빠의 모임의 결과가 이런 내 수난이지" 라는 한마디 말이 참아지지 않았다. 이러지 말아야지.
모임이 잡히면, 며칠 전부터, 아이를 데려갈까 말까 고민이 시작되어 도착하는 순간까지 마음이 불안하다.
아가가 누워있는 시엔 차라리 편했는 데 아장대고 걷기 시작하니 사방이 온갖 놀이터라 "얌전히 있자"가 거의 통하지 않았다. 오늘만큼은 아이를 맡기고 싶었는 데 종종 부탁하는 언니는 일이 있었고, 낯선 사람에게 맡기는 건 아직 내가 준비가 안되었다. 맡기는 순간에는 아이에게 미안하고 애기가 잘 안먹었어, 울었어, 엄마 찾더라는 소리를 들으면 죄스럽다.
복직과 복학을 한달 앞두고, 오늘과 같이 쉽지 않은 상황이 눈에 그려지지만
유비무환. 몸과 마음과 모든 준비를 더 단단히 잘 해놔서
부디 올 한해 잘 버텨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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