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챙겨보는 한겨례 칼럼이 있다.
이 분 글 덕분에 내 장래 방향성을 '노동경제학, 개발과 노동자 권리'로 좁힐 수 있었다.
또한 글쓰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경제학적 칼럼이 소설만큼이나 흥미진진한 수 있으니 나도 두려워 말고 실컷 글을 쓰고 즐겨보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나에겐 (혼자 만의 결정이었지만) 스승님이고 내 앞길을 안내해주는 구글맵같은 분이시다.
무엇보다도 노동기구에서 근무하시다 보니 노동경제학에관한 글이 많다.
노동계약 빈틈을 비집고 주인 행세하는 기업과 소비자…
불매운동뿐 아니라 과잉 친절 강요하는 기업 거부해야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자유로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노동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받아 생활해나가는 곳이다. 노동과 임금이 자발적 의사에 기초해 교환되는 노동계약이 핵심적이다. 자발성과 자유 때문에 노예 ‘계약’과 구분된다.
하지만 노동계약에는 빈틈이 많다. 특정 액수를 받고 특정 시간 동안 일하기로 약속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정작 어떻게 일할지는 애매하다. 실제로 이를 특정해서 계약서에 일일이 적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경제학자들은 이를 ‘불완전계약’이라 부른다. 노동계약의 태생적 운명이다. 자유롭게 계약한 뒤 일터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불확실성의 공간이 열린다.
구입한 것은 인격 아니라 노동 서비스
아파트에 살고 있는 수많은 우리들은 경비원을 고용한다. 엄밀히 말하면, 그들의 노동 서비스를 산 것이다. 그들의 인격까지 산 것은 아니다. 노예계약이 아닌 까닭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험한 소리를 내뱉거나 무시하거나 홀대할 권리가 우리에게는 없다. 하지만 노동계약의 빈틈 때문에 우리는 주인 행세를 한다. 저쪽 처지가 궁박해서 주인 행세를 용인해주면, 노동계약은 주종관계로 전환된다. 그래서 노동계약과 주종관계 사이의 간극은 그리 멀지 않다. 노동계약에서 노동자의 인격이 사라지는 이런 전환은 신속하고 쉽지만, 돌이키는 일은 더디고 고통스럽다.
노동자 영혼을 파괴할 권리는 없다
고객은 왕이 아니다. 고객은 자신이 필요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는 소비자일 뿐이다. 기업도 왕은 아니다. 노동자의 노동 서비스와 자본을 잘 버무려 이윤을 내고자 할 뿐이다. 고객도 기업도 노동자의 영혼을 요구할 권리도, 파괴할 권리도 없다. 기업이 존중하지 않은 노동은 고객도 존중하지 않는다.
작년 4월 이 후, 세월호에 관한 연재도 계속되어왔다.
‘목숨값’부터 넣어야 했다
3부-그리고 1년. 중요한 건 빼놓은 채 유가족 공격의 무기로만 쓰이는 ‘세월호의 경제학’… 정부는 숨은 사회적 비용에는 침묵하고, 진실 밝히라면 경제논리를 들이대
하지만 난 좀 아쉬웠단다. 돈이니 경제니, 이런 것에서 시작된 일인 만큼, 차제에 경제논리로 제대로 따져보았으면 했지. 세월호 참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없었다는 말은 취지는 이해하나 잘못되었지. 수백 명의 청춘을 졸지에 바다에 묻는 국민적 대참사가 있었어도 경제는 예전처럼 잘 돌아간다면 그게 더 이상하고, 또 너희는 조금 섭섭하기도 했겠다. 적어도 몇 개월 동안 사람들이 마음 졸이며 여행과 유흥을 줄였던 건 사실인데, 숫자로 폼생폼사하는 경제학도 이런 경우에는 정확한 수치를 내놓질 못하지. 경제가 이미 전반적으로 기울어지는 상황이라면 세월호 참사가 가져온 추가적 효과를 계산하기가 쉽지 않아. 또 그럴 수도 있겠구나. 너희를 추모하는 지출은 늘었겠구나. 팽목항을 찾는 이들, 추모식장을 찾은 이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기부, 오로지 너희를 위한 이 모든 것들은 경제 통계상으로는 소비지출 증가가 되지. 요상하지만, 이게 경제논리란다.
딸깍발이처럼 따지자는 게 아니란다. 갑론을박이 오가지만, 정작 중요한 게 빠져 있기 때문이야. 애초에 기업과 정부가 세월호 같은 선박을 제대로 관리하고 감독을 잘했어야 했다. 규제와 감독의 실패인 게야. 그리고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구조했어야 했다. 구조의 실패이지. 너희를 잃고서야 이 두 가지 실패의 경제적 비용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렇다면 계산을 제대로 해야겠지. 세월호 참사 수습을 위해 정부, 기업, 국민이 지불한 비용은 모두 포함되어야 할 거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뿐만 아니라, 숨겨진 비용도 찾아내야겠지. 너희 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겪었던 정신적 비용은 뺀다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돈이 되겠지. 너희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너희들 목숨값도 넣어야 하겠다. ‘세월호의 경제학’을 따지려면 이 비용부터 계산해야 하지 않겠니. 그런데 이를 따지는 사람이 드물구나.
한 가지 비용이 더 있다. ‘세월호 참사로 내수 위축’이라고들 하지만, 표현이 그다지 정확하지 않단다. 엄밀히 말하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의 대응 실패’로 인한 내수 위축이라고 해야겠지. 규제와 감독의 실패와 구조의 실패에 이어, 진실 규명과 국민의 안전을 위한 대대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곧 ‘국가의 실패’가 아니겠니. 그 때문에 경제는 큰 비용을 치렀단다. ‘경제성장’을 매일같이 외쳐대는 국가가 이런 큰 비용에 무덤덤하다니 놀라울 뿐이구나. 자신이 초래한 이 엄청난 비용에 국가는 침묵하고, 그 진실과 비용을 낱낱이 밝히라고 네 가족과 시민들이 요구하면 ‘경제를 망친다’고 하는구나. 적반하장이 달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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